1. 도입부: 채무 발생 전의 일상적인 삶

저는 35세, 글로벌 IT 기업의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아침이면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배웅하고, 회사에 나가선 바쁜 일정 속에서 각국 지사와 회의를 이어가는 나날을 살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안정적인 직장, 괜찮은 연봉,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었죠. 주말이면 가족들과 나들이를 가고, 가끔은 해외 출장을 핑계 삼아 짧은 여행도 다녔습니다. 인생의 골조는 갖춰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그 모든 기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2. 전개: 채무 발생과 악화 과정

이혼. 제 인생에서 가장 무겁고도 쓰라린 단어입니다. 결혼 7년 만에 아내와 합의 이혼을 하게 됐고, 당시 서로 감정이 깊이 상한 상태였기에 협의가 길어졌습니다. 결국 재산 분할과 위자료, 그리고 자녀 양육비 관련 정산까지 총 7,800만 원이라는 채무가 제 몫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직장도 있고, 월급도 나오니까 조금씩 갚다 보면 해결되겠지’ 생각했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분양 대출, 신용카드 할부, 이혼 정산으로 발생한 현금 부족으로 결국 은행 두 곳에서 추가 대출을 받았고, 카드론까지 손을 댔습니다. 그렇게 빚은 점점 불어나고 있었고, 매달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는 제 월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생활은 갈수록 쪼들렸고, 아이와 함께할 시간마저 줄어들었습니다. 속으로만 끙끙 앓던 시간은 1년이 넘게 이어졌습니다.

3. 위기: 개인회생 결심까지의 상황

결정적인 계기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아빠가 가져오기로 한 준비물을 며칠째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겨우 몇 천 원짜리 준비물이었지만, 그 며칠 동안 저는 카드 결제일과 대출 상환일 사이에서 허덕이고 있었거든요. 그 순간 '이렇게 살다간 아이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끙끙 앓던 문제를 주변에 털어놓기까지도 오래 걸렸습니다. 가까운 친구에게 처음 이 상황을 말했을 때, 그는 ‘개인회생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걸 아냐’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처음엔 자존심도 상하고 두려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전문 상담을 받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 수 있었고, 결국 신청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첫 상담을 받으러 가던 날,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모릅니다.

4. 해결: 개인회생 진행 과정

상담부터 실제 법원 인가까지는 약 4개월 정도가 걸렸습니다. 생각보다 복잡한 서류 작업과 소명 절차가 있었고, 여러 번의 보완 요청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자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받은 인가 결과는 총 5년간 매월 43만 원씩 상환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총 변제액은 약 2,580만 원, 나머지 약 5,220만 원은 변제 완료 후 면책될 예정입니다. 처음엔 이 금액도 버거울 것 같았지만, 막상 매달 일정한 금액을 꾸준히 갚기 시작하자 삶에 리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법원 출석 당시, 판사님 앞에서 제 상황을 설명하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너무 긴장돼 목소리도 떨렸지만, 제 진심이 통했던 걸까요. ‘충분히 회생의 여지가 있는 성실한 채무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왠지 울컥하기까지 했습니다.

5. 결말: 현재의 변화와 희망

지금은 변제 2년 차에 접어들었고, 연체 없이 잘 갚아가고 있습니다. 소비 습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매달 가계부를 쓰고, 불필요한 지출은 과감히 줄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매달 빚 독촉 전화에 시달릴 필요가 없고, 아들과의 시간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무사히 5년을 마치고, 다시 신용을 회복한 뒤 아이에게 당당한 아빠로 살아가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 개인회생은 실패가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법적인 ‘기회’입니다. 저도 그 기회를 붙잡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